[아름다운 우리말] 있음이 있습니다
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아마 나이 든 분들이 제일 많이 틀리는 맞춤법은 '있읍니다'일 겁니다. 1988년에 맞춤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전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있읍니다가 훨씬 익숙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있읍니다라고 쓰게 되고, 그래서 많이 틀립니다. 특히 해외에 나가 있는 분들은 더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있습니다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한편 있음을 있슴이라고 쓰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이렇게 쓰는 사람의 일반적인 공통점은 맞춤법을 잘 아는 사람에 속한다는 점입니다. 공무원이나 서류 작성을 많이 하는 사람들 중에도 이렇게 쓰는 사람이 보입니다. 주로 문서를 마무리할 때 있음이나 없음으로 끝맺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수가 더 두드러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속도로에 크게 '갓길 없슴'이라고 쓴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틀린 사람에게 왜 그게 맞느냐고 물어보면 대답도 논리적입니다. 1988년에 맞춤법이 바뀌면서 달라진 것이라는 구체적인 설명도 합니다. 소리 나는 대로 쓰려는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일반인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반박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거기에다가 다른 예를 들기도 합니다. 바로 앞에서 말한 있습니다의 예입니다. 있읍니다라고 쓰던 것을 있습니다로 쓰게 된 것과 있음을 있슴으로 쓰게 된 것이 원리상 같다는 설명입니다. 이 정도쯤 되면 맞춤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비교적 체계적인 지식도 갖추었음을 알게 됩니다. 없습니다와 없슴의 예도 덧붙여 설명을 합니다. 발음이 그렇게 나지 않느냐는 설명을 다시 덧붙입니다. 발음을 해 보면 그럴 듯한 설명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우선 맞춤법의 설명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습니다. 발음이 나는 대로 바꾸려 했던 것이 맞춤법의 기본 원칙이었던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에 있습니다. 예를 설명하기 복잡한 것을 들었기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있다나 없다의 경우는 받침에 시옷이 들어가기 때문에 뒤에 모음에 오면 시옷이 발음이 납니다. 따라서 발음을 해 보면 있음이나 있슴의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있읍니다와 있습니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발음 때문에 슴이나 습이라고 썼다는 설명은 맞지 않습니다.
그럼 왜 이런 설명을 하게 된 것일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예를 바꿔야 합니다. 제가 강의를 할 때 항상 예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 경우도 여기에 속합니다. 어간의 받침에 시옷이 없는 예를 들어야 합니다. 같다나 먹다 등이 좋은 예입니다. 예전에는 같음, 같읍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발음은 같음, 같습니다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같읍니다를 같습니다로 바꾼 것입니다. 먹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먹읍니다가 아니라 먹습니다로 바꾸게 된 거죠. 이런 관점에서 있읍니다도 있습니다로 바꾼 것입니다.
그런데 있습니다가 제일 많이 쓰이다 보니 사람들이 있다를 예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발음 때문이라는 설명에서 막히게 되는 결과를 만나게 됩니다. 없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잘못 들었기 때문에 설명을 알고 있으면서도 헷갈리게 된 것입니다. 예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경우입니다.
음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설명이 가능합니다. 같다나 먹다의 경우에 음을 붙여 보면 같음, 먹음이 됩니다. 당연이 슴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같습니다, 먹습니다, 있습니다, 없습니다가 발음 나는 대로 습으로 통일된 것처럼 같음, 먹음, 있음, 없음은 음으로 통일된 것입니다. 있음과 있습니다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설명할 때는 있다, 없다가 아닌 다른 예를 들어 보세요. 예가 정말로 중요합니다.